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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아! 너는 도대체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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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아! 너는 도대체 누구니?
  • 김광호
  • 승인 2022.02.1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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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중 교사

시험을 좋아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나라 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과연 무얼까? 바로 시험이다. 흔히 시험이라고 하면 그 동안 배웠던 것을 출제자로부터 평가받는 것이다. 즉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다.

배움은 가슴 뛰는 일이며 몰입 그 자체다

문제는 배움의 내용이 좁고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재능이나 실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시험은 커리큘럼을 정해놓고 그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를 알아보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창의력, 의사소통, 비판적 분석력, 끈기, 리더십, 협동심, 대인관계, 상상력 등등 고차원적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어떤 학생의 대인관계를 놓고 '88.9번째 백분위수'라는 식으로 정확한 등급을 매길 수 있단 말인가? 한 사람의 리더십을 77점, 다른 사람의 리더십은 99점이라는 식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정말 어리석인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꼭 배워야할 중요한 것이 아닌, 테스트하기 쉬운 것을 공부라고 말하며 그것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를 알아보는 게 시험이라면 정말 아이들이 싫어 할만도 하다.

문득 어느 취객의 농담이 떠오른다. 그는 아파트 열쇠를 잃어버리고 가로등 아래에서 그것을 계속 찾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친절하게 물어 보았다.

행인 : "열쇠를 어디에서 잃어버리셨나요?"

취객 :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몇 블록 전에요."

행인 : "그런데 왜 여기에서 찾고 있나요?"

취객 : "그야, 여기가 잘 보이니까요."

취객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고 있는 격이다. 짐작하겠지만 이 취객은 시간 낭비만 할 뿐 결국 열쇠를 찾지 못할 것이다. 마치 취객의 열쇠 찾기는 학생들이 시험에서 정답 찾기와 많이도 닳았다.

탐험하라, 꿈꿔라, 발견하라

학창시절 조선왕조의 왕의 이름과 원소주기율표를 노래에 맞춰 외운 적이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 서문과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지금도 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시험을 위한 내용이었지 삶에서 절실하게 필요했던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아이들에게 '한 분야를 가르치는 것'과 '그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공부와 시험의 방향은 전자가 아닌 후자가 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게 하는 것'보다 '역사가처럼 생각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에 대한 틀에 박힌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문학 비평가처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더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언제까지 삶과 동떨어진 시험만을 강행할 것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삶에서 언제까지 하루살이 지식만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것인가? 결국 지금의 시험은 아이들에게 생각의 결실보다 암기의 열매를 더 많이 얻게 할 것이며, 그들을 삶의 낙오자로 내모는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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