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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에게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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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에게 배우는 지혜
  • 안용호
  • 승인 2011.02.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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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우리는 배우면서 살아간다. 가정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배우며, 사회에서도 배운다. 그런데 지혜 있는 옛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강태공에게 한 수 배워보자.

“운도 지지리 없는 놈이라고 하늘의 무심함을 탓하지 말라!” 고 강태공은 말한다. 강태공이 수십 년간 낚시를 벗하며 때를 기다리는 동안 조강지처마저 태공을 버리고 도망갔다.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고서야 문왕 서백을 만나 은나라 주왕을 멸하고 주나라를 세웠다.

그는 숱한 세월을 낚으며 늙은이가 되었지만 결코 하늘을 원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그 인내의 결실이었던 단 한 번의 기회로 천하를 얻었다. 그의 인내심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는 기다릴 줄 아는 진정한 현인이었다. 우리는 목적한 바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중국 유일 여황제 측천무후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여자로 태어나서 하고픈 일을 못한다고 얼고만 있지 말라!” 고 일갈한다. 그녀는 무사확의 후처 소생 둘째 딸로 태어나서 갓 14살 때 최말단 후궁 재인이 되어 당태종 이세민을 가무로서 섬겼다. 비구니로 물러앉았다가 태종의 아들 고종의 총애를 받으며 황궁으로 돌아와 4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생산하여 황후가 되었다. 장손무기를 내쳤고, 상관의를 처형하였으며 심지어 4명의 아들마저 차례로 버렸다.

그리고 67살에 여자든 남자든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철옹성을 만들고 나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제 성신황제가 되어 15년간 천하를 다스렸다. 82세에 죽으면서 비석에 아무것도 새기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여자이지만 그녀의 도전정신은 남자를 능가한다. 할 수 있다고 온 힘을 다하여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무엇이던지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마천은 집념이 강하면 손가락으로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영원히 그 정신이 죽지 않고 살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때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는 치욕을 당했다고 생을 포기하지 말라!” 고 말한다. 그는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생식기가 잘리는 궁형의 치욕을 당하고도 목숨을 부지하였다.

이유는 못다 이룬 역사적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죽음을 선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거세된 남자가 모진 생명을 질기게 끌고 간다는 온갖 조롱을 참아내며 옥중에서도 저술을 계속하여 마침내 ‘사기’를 완성, 불세출의 역사가 되게 했다.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공자와 사마천을 들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의 불굴의 의지가 오늘의 중국을 있게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오뚜기 등소평은 칠전팔기라는 말을 떠 올리게 한다. 그는 오늘의 중국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잘나가다 넘어지고 재기했다 다시 쓰러진다고 괴로워하지 말라!” 고 말한다. 등소평은 문화대혁명 때 반모주자파로 몰려 홍위병으로부터 공개비판을 당했고, 잠시 일어났지만 하방당하여 강서성의 한 공장에서 4년간을 육체노동으로 버텨야했다.

주은래 총리의 도움으로 복권되어 국무원 부총리로 재기했다가 4인방의 농간에 또 다시 실각하고 가택연금까지 했지만 모택동 사후 정국수습용으로 재기용된 후 화국봉과의 5년 권력투쟁 끝에 최고 실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가 되었다. 중국이 이렇게 빨리 세계의 2인자가 된 것은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도 지혜로운 분은 많이 있다. 조선시대 이순신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어떤 일을 함에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실천으로 보여주는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고려 시대 안유선생님은 송나라에 가서 주희의 성리학 책을 필사하여 가지고 와서 우리 민족의 눈을 뜨게 했다.

이 일로 그는 해동공자라는 말을 듣게 된다. 금속활자를 주조하고 팔만대장경을 새겼던 이름 없는 장인들, 서얼이면서 책에 미쳤던 바보 이덕무의 책읽기, 강진 유배지에서 18년간 500여 권의 책을 만드신 정약용의 도전 정신에서도 지혜를 빌려올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제일 강한 네 나라 사이에 끼어 있다. 미국과는 안보 문제로, 중국 일본과는 경제 문제로, 러시아와는 자원 외교 문제로 얽혀있다. 조금이라도 멀리해서는 안 되는 나라들이다. 가까이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개인이 선인들의 지혜를 빌려오듯이, 대처하는 지혜를 빌려오는 것을 건성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정쟁은 그만하고 무상급식이나 구제역처리 문제 등을 거울삼아 발등의 불이 되어 버린 식량 장기 수급 문제나 에너지 문제 그리고 교육 문제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육만큼은 정치인들이 가지고 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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