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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대란의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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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대란의 먹구름
  • 안용호
  • 승인 2011.02.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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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고등학교 때 정호태 선생님은 “너희들이 사회에 나가면 손목시계 같은 것을 차고 다니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애인의 얼굴을 보면서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어서 말사스의 인구론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현상을 지적하셨다.

그런데 말사스의 예견은 빗나갔다. 빗나갔다기보다는 농경지를 늘이는 한편 종자를 개량하고, 수리 시설을 확충하며, 비료를 대량 생산하는 등 영농방법을 개선하여 생산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위기를 모면하여 왔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인류는 더욱더 빈번하게 기후변화, 에너지고갈, 빈곤, 인구문제와 식량 부족, 물 부족과 오염, 생물다양성 위기, 세계금융 위기 등과 같은 전 지구적 도전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식량대란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올해 곡물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식량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량 안보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급등하는 곡물가격을 잡지 못하면 인플레이션과 빈곤국의 식량 가격 폭등이 초래돼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 식량 안보 문제가 주요 20개국 회의의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튀니지나 이집트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사태도 곡물가격 급등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아주 취약한 편이다 당장 ‘식량전쟁’이 발생해 자급자족해야 한다면 국민의 4분의 1은 생활에 필요한 곡물을 구할 수 없다. 쌀, 밀, 콩, 옥수수, 보리 등 곡물이 국내에서 연간 2천만 톤이 소비되는데 이 가운데 6백만 톤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1천 4백만 톤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곡물 수입국으로 미국, 브라질, 호주 등의 소수국가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곡물의 70%를 다국적 메이저가 공급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6.7%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1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이다. 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보리가 41.1%, 콩이 8.6%, 옥수수가 1.0%, 밀이 0.5% 등으로 아주 심각한 편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러시아는 밀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고, 또 다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도 주요 곡물에 수입 쿼터제를 도입했다. 이집트도 쌀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생산량의 30%를 비축하고 있으며, 일본은 더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의 곡물을 해외에서 사들이지만 우리와 달리 ‘곡물파동’ 충격을 흡수할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우선 자국의 종합상사들을 키웠는데 곡물 수입의 70%를 떠맡고 있는 종합상사들은 해외 곡물생산 업체들과 계약재배, 선물거래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곡물 수입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원자재 및 곡물 값이 올라도 물가가 요동을 치지 않는다.

또 일본은 적극적인 해외 농업투자를 통해 자국 농경지 면적의 3배인 1천 2백만 ha의 해외 농지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확보한 해외 농지는 30만 ha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식량대란의 먹구름을 피해갈 수 있을까? 첫째, 국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밀밭이 많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미국의 무상원조에 의해 초토화됐다. 빈 땅에는 수입 작물을 심어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둘째, 수입국을 다변화해야 한다. 카길에 의존하는 것도 큰 문제다. 카길은 카길의 입맛에 맞는 농업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익을 앞세운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의 하나일 뿐이다. 프랑스, 독일, 연해주, 남미, 동남아시아로 수입국을 넓혀야 한다. 셋째, 해외 농지를 확보해야 한다. 아프리카나, 러시아, 브라질 등으로 해외 농지를 1천ha 정도 넓혀야 한다.

농산물 수출국이 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넷째, 식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식사패턴이 서구화 되어가면서 공장 음식을 많이 먹고 있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빨리 배워야 한다.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수입 고기는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다양한 식량 확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정책을 다시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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