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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육과 늘봄학교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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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교육과 늘봄학교 단상
  • 양선례
  • 승인 2024.12.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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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례∥광양마동초등학교 교장

작년 여름에 국외 체험 연수를 다녀왔다. 교육복지 선진국인 호주를 둘러보는 7박 9일 일정이었다. 35년 동안 교단에 있었지만 학기 중에 외국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서 설렜다. 

호주는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진 나라로 한반도의 36배, 남한으로만 비교하면 78배나 되지만 인구는 2,6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하다.

대륙 전체가 한 나라로 이루어진 유일한 나라로 세계 13위의 지디피(GDP)를 자랑한다. 영어가 공용어이며 전 국민의 67%가 기독교인이다. 수도는 ‘캔버라’지만 행정 수도여서 사람들은 시드니와 멜버른에 주로 모여 산다.

바다 건너 멀리 외따로 뚝 떨어졌기에 전쟁의 위험도 없고, 가까운 뉴질랜드와는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낸다. 그러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작은 잘못도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고, 가진 것이라고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인적 자원뿐인 우리가 보기에는 얼마나 부러운 나라인가.  

시드니에서 4박을 묵으며 공립고등학교, 사립 유치원,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았다. 에핑 고등학교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이 다니는데 전교생이 1,400명이나 되었다. 그중 30%인 430명 정도가 한국인 자녀였다. 대학 수능 점수도 높고, 87%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했다. 한국인 교사도 네 명이 있어서 수학 담당인 장 선생님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장 선생님은 고등학교 다니다가 호주로 유학을 온 이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통역이 따로 있었으나 그분은 이민 온 지가 40년 가까이 되었기에 현재의 한국 교육과는 비교가 어려웠다. 한국의 교육과 복지 제도를 잘 아는 장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어서 좋았다.

고등학교지만 정규 수업은 대부분 오후 2시 반에 끝난다. 이후 시간은 자신의 희망에 따라 직업 교육을 받거나, 스포츠 활동으로 이어진다. 점심시간은 50분이었다. ‘그렇게 많은 학생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급식을 먹을까?’하는 걱정과는 달리 모두 도시락을 싸 온다고 했다. 다민족, 다인종 국가여서 알레르기나 종교 등의 영향으로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한꺼번에 급식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호주의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부모가 등하교를 책임진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만일 부모가 연락 없이 오지 않으면 경찰을 부른단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부모라서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도 있다. 직장에 다니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아이를 데리러 가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상급생 형제나 자매가 있으면 부모 대신 동행이 가능하다. 등교 시간은 아침 9시인데 너무 이른 7시 반 이전에 학교에 보내는 것도 안 된단다. 

또 수업은 오후 두 시 반쯤이면 끝나서 그 이후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을 즐기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7교시까지 정규 수업이 있는 데다 다시 야간자율학습, 또 학원 가거나 과외를 하느라고 자정이 넘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대학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학생과 여러모로 비교되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히는 현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걸 다시 느꼈다. 

등하교는 물론, 급식, 오후에는 저녁 돌봄으로, 또 늘봄학교는 밤 아홉 시까지 학교가 다 알아서 지원해 주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좋은 건지 의문이다. 저출산 극복이 국가 당면과제이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겠지만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정성이 선행돼야 올바른 성인으로 자란다.

자칫 지나친 복지가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되게 방치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부모의 양육 태도와 관심이 아이를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라는 건 만고의 진리이다.

돌봄교실이 처음 생길 때 너무 많은 재원이 필요하기에 이미 만들어진 학교 건물을 활용하던 것이 이제는 그렇게 정착하는 모양새다. 학교는 만 6세부터 고3까지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기관이다. 어르신의 놀이터 ‘노치원’을 사회가 책임지는 것처럼 정규 수업 이외의 보육은 학교가 아닌, 사회가 담당하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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