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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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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있습니까?"
  • 장옥순
  • 승인 2024.04.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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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순∥교육칼럼니스트

그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전쟁터에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는 귀가 들리지 않는 어머니 밑에서 날마다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그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했고 1930년에는 폐결핵에 걸려 다니던 대학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인생의 장애물을 이긴 힘, 희망과 열정

1937년에는 자신의 꿈이었던 교수 시험을 앞두고 결핵이 재발하여 시험조차 치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편모 슬하에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지독한 가난과 질병으로 점철된 아픔.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1957년 사형 문제를 반대한 글 '단두대에 대한 성찰'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바로 알베르 카뮈입니다.

카뮈가 살았던 시대에도 요즘 우리 시대의 아픔을 나타내는 '가난, 질병, 장애'와 같은 삶의 장애물이 넘쳤나 봅니다. 어쩌면 그가 '이방인' 등과 같은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배경도 작가 자신의 처절하고 절절한 체험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몸으로 체험한 것은 철저하게 각인되어 정신적인 근육으로 형성됩니다. 힘든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에는 고통이었지만 빠져 나오려는 필사적인 노력 뒤에는 장애물이 역전승의 도약대가 된다는 인생의 진리가 기다리고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 온 나라가 경제 문제와 각종 범죄 소식으로 우중충합니다.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절망하는 목소리가 넘칩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부터 가장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종교 단체와 학교에 이르기까지 도려내야 할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연일 지면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자기 통제를 못하는 사람들이 '연가시'처럼 사회 곳곳에서 튀어나와 가정과 사회를 절망의 늪으로 끌고 가버립니다. 당하지 않은 사람들도 슬픔의 '거울 뉴런'에 전염되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날마다 스스로 정신무장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배고픈 시절보다 더 무서운 '무연사회'로 인한 '고독사'는 가까운 나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다가섰습니다. 오래 살면 좋을 줄 알았는데, 앞만 보고 뛰어서 잘 먹고 자동차를 굴리고 좋은 집에 살고 즐거운 여가 생활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더 어둡고 절망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흉악 범죄는 일어나고 억울한 죽음은 넘칩니다.

한국은 기회의 땅, 코리안 드림

문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본 만큼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가난한 시절, 더 힘든 시절을 돌아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내어 자식들을 다독입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회복탄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처음부터 어른들 세대보다 고생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자식에게만은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억척 같은 삶의 의지와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학 진학율이 그 증거입니다. 노점상을 하면서도 자식들은 모두 대학을 보내기도 하고 시골에 땅 몇 마지기만 가지고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들을 교육시켜 인간 승리를 보여준 어른들이 참 많습니다.

인천공항에 가 보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기회의 땅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갔던 모습처럼. 어려움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개인이나 국가에게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는 그림자입니다.

마치 낮과 밤처럼. 북유럽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계절은 바로 '백야'라고 합니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아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힘들고 반대로 밤만 계속되는 계절에는 햇빛을 볼 수 없어 우울해하고 힘들어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밝은 태양만 있어서도 안 되고 어둠만 있어서도 안 되기에 밤낮은 동전의 앞뒤 면처럼 공존해야 살만 합니다. 그러니 고난이라는 밤을 잘 지내면 행복한 밝음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자연이 스승입니다.

최고의 피서지는 책과 도서관

철 없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봄인 줄 알았는데 한낮은 여름입니다. 휴식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해외로 멋진 휴식을 꿈꾸며 부푼 계획을 세우는 계절입니다. 몸도 마음도 마음껏 쉬면서 재충전으로 행복한 꿈을 생각하며 미리부터 설레기도 합니다.

여행 가방 속에 넣어야 할 품목 1순위는 단연 책이었으면 합니다. 그것도 역경을 이겨낸 위인들의 삶을 다룬 책이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배움이 자라는 학창 시절에 읽어야 할 위인들의 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아니 무조건 부모님들이 먼저 읽을 책을 챙겼으면 합니다.

최고의 독서 교육은 바로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부모와 자녀가 같은 책을 읽고 휴가지에서 독서토론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요. 육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그 육체의 선장인 정신을 위해 좋은 음식으로 가득찬 책을 휴가일 수만큼 읽었으면 합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사람의 특징은 다급하고 몰입하지 못하며 고독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합니다. (소로우는 최상의 친구를 '고독'이라고 함)

어느 가정이나 학교, 직장, 휴가지에서도 좋은 책을 쌓아놓고 읽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 길은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고 자신을 격려하는 마음의 근육, 뇌근육을 키우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최고의 피서지는 도서관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휴양지에 다녀온 시간 만큼 도서관에 앉아 있는 시간을 채웠으면 참 좋겠습니다. 인생의 장애물로 힘들어 하는 당신, 책 속으로 초대합니다. 당신에겐 열정이 있습니까? 열정은 책이 주는 선물입니다. 불행한 인생의 표본 같았던 알베르 카뮈를 일으켜 세워 열정적인 삶을 살게 한 것도 책이었습니다. 그는 오늘도 힘든 이들을 응원하는 불멸의 작가입니다. 이제 도서관에 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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