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상태바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한이춘
  • 승인 2007.04.26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이춘∥전남도교육위원

얼마 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큼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생 한 사람이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그토록 수많은 인명을 무차별 살상했다는 것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넘어서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장본인이 우리 한국인이었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예절과 도덕을 중시하는 동방예의지국의 젊은이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세계 각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니 낯이 저절로 뜨거워졌습니다.

물론 그가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서 미국에서 성장했으므로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구구한 변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차라리 겸허한 자세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총기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따라다니던 여학생에게 거절을 당했다느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여 외톨이로 지냈다느니, 또는 총기소지를 자유화한 것이 문제라느니 따위의 의견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그토록 32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성 상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타인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본위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총기 사건도 이런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 공동체의식 함양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정 시간의 봉사활동을 의무화한다든지,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고 함부로 휴지를 버리지 않도록 하는 공중도덕을 강조한다든지, 칭찬 운동을 펼치는 것 따위는 모두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태도를 길러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길거리에 다니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공중도덕심이 매우 부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먹고 난 과자봉지를 함부로 길바닥에 흘려버리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길을 버젓이 건넌다거나,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것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뜨입니다. 이러한 데서 배운 것과 행동하는 것이 따로 노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도덕 시험에 “다음중 차도를 건너는 방법으로 옳은 것은?”이라는 문제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에 따라 건넌다.”고 정답을 맞힌 학생이 실제로 도로를 통행할 때는 배운대로 실천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알고도 행하지 않는다면 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웃나라 일본은 공중의식이 매우 철저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든지 길거리에 휴지를 버리지 않는다든지 하는 질서와 청결의식이 완전히 몸에 배어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이런 점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길거리에 침만 뱉어도 엄청난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민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써서라도 사회 공공질서를 잡아간 것입니다. 교육은 물론 학교에서 하는 것이지만 사회 분위기도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바른 길을 열심히 가르쳐도 바깥에 나와서 어른들이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금방 좋지 않은 쪽으로 물들어버립니다.

학교에서 교육을 잘못한다고 탓하기에 앞서 기성세대는 얼마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은 항상 이웃을 의식하고 살아야 합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함부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곧 이웃에 피해를 주는 일이 됩니다. 이웃을 생각해서 자신의 행동을 자제할 줄 아는 것이 바로 공동체 사회의 미덕입니다.

아무쪼록 학교에서 이웃을 배려하는 도덕성 교육에 좀 더 힘써주기를 바라며, 어른들도 더욱 바른 모습으로 이에 동참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가 한 단계 성숙한 도덕성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