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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장만채 "사소한 감동이 전남교육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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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장만채 "사소한 감동이 전남교육 바꿔"
  • 김두헌 기자
  • 승인 2022.02.0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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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 본청 사무관협의회 특강 진행
'자신의 일에 정통하라, 매사 감사하라' 등 주문
지난 2015년 10월 22일, 본청에 근무하는 사무관들이 장만채 당시 교육감의 특강을 들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호남교육신문 김두헌 기자] 지난 2015년 10월 22일, 본청에 근무하는 사무관 협의회(회장 총무담당사무관 이경범)가 5층 중회의실에서 역량강화 협의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이날은 장만채 교육감을 강사로 초청해 특강이 예고됐지만 본청 근무 38명의 사무관중 25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약 13명이 불참했는데 감사나 연수, 출장으로 인해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는 사전에 이경범 회장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해 도강(盜講)했는데 장 교육감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해서 특종을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약 50분 동안 진행된 교육감 특강이 도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사무관들만 듣기에는 서운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남도교육청 산하 전 교직원들을 위해 이날 메모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되 약간의 윤문(潤文)을 거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가필(加筆)의 유혹을 견디느라 힘들었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이날 오후 5시경에 협의회장에 나타난 장 교육감은 우선 국가 지탱의 3요소로 '군인, 공무원, 교육'을 꼽았습니다. 말하자면 '공무원이자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무관'들이니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지만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며 화기애애하게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드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일에 정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했습니다. 장 교육감은 최근 들어 회의때 마다 강조하는 '내적역량 강화'를 또 다시 언급했는데요, 그는 내적 역량이나 사람의 용량의 크기는 ‘얼마 만큼의 포용력이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장 교육감은 특히 본청 및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20여명의 서기관을 (역량크기로) 한줄로 세워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교육감이 옆에서 강의를 듣던 김용신 행정국장에게 동의를 구하자 김 국장도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임이후 4년째 시행되고 있는 사무관 시험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험제도로 하면 잡음이 없다. 하지만 백지 한 장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역량 있는자가 승진해야 체제가 안정되는데 역량보다 더 큰 직위에 앉게 되면 반드시 자리에 치이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시험제도 보다는 현행 심사제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듯한 말이지만 최근 다면평가와 실적 점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심사제 개선책이 마련됐다는 풍문이 들려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6급 주무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장 교육감은 “고급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교육청 조직이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장 교육감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면을 살찌우는 노력은 덜하고 승진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습니다. 본청 간부들 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가지 못하는 사람은 ‘입이 쭉’ 나오고 원하는 자리에 가는 간부는 ‘입이 귀’에 걸리는 등 "아직까지는 순수한 면모가 있다"는 우스갯 말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사고하는 것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한다”면서 “내적 역량을 키우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명망가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방향을 잡아 가지만 (도중에) 사욕이나 사사로움이 개입되기 때문에 방향이 틀어지는 것”이라고 귀뜸했습니다. 

장 교육감은 특히 리더라는 존재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특히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물의 이치를 눈앞에 두고도 길을 못찾는 기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 교육감은 또 내적 역량을 갖춘 사람은 일처리나 보고 과정에서 반드시 겉으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결재하는 과정에서 '제목만 봐도 사안의 경중, 일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판단하기에는 별일이 아닌 사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하면 '그 일은 반드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죠. 교육감 결재를 맡거나 보고를 하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는 또 사람은 이익이 생기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인품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데 팀원들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면 오래 가지 못하는 만큼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고급간부가 되면 ‘별 사람을 다 보게 되는데 모두 품어 안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장 교육감은 주차선을 침범해 주차하는 사람과 출근 시간에 나중에 올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1층으로 내려보내는 사람을 비교하며 “작고 사소한 것에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감동과 변화가 따라 온다”면서 “전남교육과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감동이고, 감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되풀이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가끔 “내가 왜 교육감이 됐을까”를 생각해 본다고 했습니다. 학창시절 부모님이 보내주신 용돈이 넉넉치 않아 보름만 지나면 동이 났다고 합니다. 그는 그렇게 회수권만 들고 다니며 보낸 나머지 보름동안에도 “감사하다, 감사하다”고 끊임없이 속으로 되새겼다고 합니다.

장 교육감은 “감사함의 크기가 커지면 그 사람의 역량이나 용량도 함께 커지고 일에 대해 당당해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자신의 과거사를 인용하며 증언했습니다. 그릇이 커지면 어떤 분야,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지금 여러분들이 교육감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먼 훗날, 반드시 오늘 드린 말씀이 다시 생각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특히 그는 “깨지고 아파봐야 용량이 커진다. 실패하고 아파본 사람이 깊어지고,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참고 인내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그는 재임 전반기를 시설 투자에 집중했다면 후반기에는 사람을 키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수와 교육을 위한 기회제공과 비용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좋은 재목은 다듬지 않으면 그냥 나무에 불과한 만큼 여러분들도 후배들을 잘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상 최대한 가감없이 장만채 교육감의 조언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교육감의 강연은 '당신이 만난 사람, 당신이 겪은 일들의 집합이자 교육감 자신의 정체성의 표현'일 것입니다. 향후 전남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감 잡으시고 교육감 말씀처럼 자신의 역량과 용량 키우기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바 자리에서 부디 날마다 행복해 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지난 2015년 10월 26일 작성된 기사입니다. 벌써 6년여 지난 사진을 보니 정년퇴직하신 분들이 다수지만 아직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무관, 서기관 12명의 얼굴도 보입니다. 장만채 전 교육감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제16대∼17대 전남교육감을 지냈으니 이날 특강은 재선에 성공한 후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진행된 셈입니다. 세월이 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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