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박람회 '딴지걸기' 자기 얼굴에 침뱉기

전남교육계 무명씨

2024-06-17     무명씨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 기간동안 진행된 미래교실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관람객들.  

필자는 전남교육계에 몸담았고 지금도 멀리서나마 후배 교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을 갖고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교육계 무명씨중 한 사람이다.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는 주최측 추산 40여만명이 다녀갔지만 안전사고 한건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변방에 위치한 전남교육계도 교직원, 도민들과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한게 이번 박람회의 제일 큰 성과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계 22개국이 참여해 진행한 컨퍼런스와 마이클 샌델, 데니스 홍, 폴 킴 등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도 주목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끈 프로그램은 개막 전부터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던 ‘글로컬 미래교실’이다.

2030년 미래수업을 미리 접하는 ‘글로컬 미래교실’은 유치원, 초·중등, 프로젝트 교실 등 총 6개 실 별로 5일 간 매일 1,1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59시간의 수업이 진행됐다. AI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공의 제약도, 언어의 한계도 없이 진행된 미래교실 수업은 참관한 전 세계 교육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교조전남지부는 13일 성명서를 통해 ▲165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 낭비 ▲ 과도한 광고 홍보와 형식적인 행사 운영 ▲기기 활용 위주로 보여주기에 그친 미래수업, 교육현장에 주는 메시지와 파급력 부족등 10가지 문제점을 참가 학생들의 구구절절 낯뜨거운 감상문과 사진, 교사들의 설문조사까지 곁들여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전교조전남지부는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미래교실에 대해 '수업 기획 단계부터 강요로 인한 자율성이 침해됐고, 교과특성을 존중받지 못한 보여주기식 수업, 공개수업 참여 학생 이동에 따른 행정업무 과다, 수업이 임박한 시점에도 교실 세팅이 안됐고, 실제 공개 후에도 교사의 요구가 미래 교실에 반영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교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미래교실'에 대한 딴지걸기는 지난 1년의 준비 기간동안 맨땅에 헤딩하듯, 길없는 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과해야 한다.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의 출현과 함께 선생님들이 수시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받아야 되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전조교는 이처럼 변화무쌍한 미래 전남교실에서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딴지만이 답은 아니다. 대안 제시없는 딴지걸기는 구태의연한 과거형 진보운동의 전형에 불과하다. 그저 진영 논리에서 다수가 긍정하는 일에 딴지를 걸어 집행력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같은 방식의 진보운동은 더 이상 대중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진보운동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로지 딴지만 걸다가는 더욱 고립돼 소수의 자기 위안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만다. 미래교실을 구현하기 위해 수고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필자가 대신 사과드리고 싶다. 

특히 우리 전남 학생들을 위해 교과별 특색있고 창의적인 AI기반 디지털 활용 수업, 공동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미래 전남교육 특성을 반영한 개별맞춤형 수업을 위해 수고하시는 유·초·중등교과교육연구회 회원들께 머리숙여 존경을 표한다.

여러분들이 이번에 선보인 수업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생성형 AI처럼 진화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미래 교실수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쏟아온 노력은 지역소멸, 기후위기에 처한 전남 지역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단초를 제공한 위대한 도전의 여정이었다. 아울러, 전남교직계에 몸담았던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셨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딴지에 신경쓰지 말고 전진하시라. 당신들이 전남교육계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