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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닌 현실
 김승호∥세한대학교 초빙교수· 前 함평교육장
2019/09/21 15: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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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Lewin)은 “좋은 이론만큼 실용적인 것은 없다”라고 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관점이 옳다는 것을 주장할 때,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자 할 때 기존에 잘 알려진 이론 또는 새로운 이론들을 활용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이론이 없거나 있더라도 논리가 미흡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또한 과거의 이론보다 새로운 것을 더 좋아하고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론들 중에는 ‘새로운’, ‘신(新)’, '혁신(革新)', ‘후기(post)’ 또는 ‘미래형’이라는 말이 덧붙여진 것들이 많다. 교육과 관련된 용어 몇 개를 예로 들면 일반학교와 대비한 ‘혁신’학교,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사용한 ‘미래형’ 교육과정, 학생 한 명당 태블릿 PC 한 대씩을 활용해 교육하는 ‘미래’학교 등을 들 수 있다. 심지어 최근 서울교육청에서는 디지털 학습기기를 활용해 토의·토론을 하는 학교 유형으로 두 가지 단어를 합친 ‘혁신미래’학교를 올 2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이론은 계속 나온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의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정리된 이론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기 때문에 그럴듯한 이론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유명한 학자가 독단적인 의견을 언급한 것이 새로운 이론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다른 학자들이 인용하면 진리와 같은 새로운 이론으로 대세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혁신’과 ‘미래’가 현재 우리 교육계를 주도하는 이론들의 형용사로 자리 잡은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교육의 여러 목적 중의 하나는 자신과 사회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존의 사고와 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중등학교 대상의 교육이론을 주도하고 있는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의 이론적 근거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전통적인 교육이론은 체계적인 교과 중심의 지식, 수업에서 학생의 학습을 위한 교사의 주도적인 역할, 핵심적인 지식의 이해를 측정하여 보완해 주는 평가 방법 등을 강조하지만 새로운 혁신 및 미래교육 이론들은 주제 중심의 역량,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지식보다는 수행능력에 대한 과정 평가를 더 중시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여러 영역들 중에서 미래의 교육 모델로 여겨지고 있는 앨빈 토플러의 미래학교를 사례로 들어 미래교육 이론을 전개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세계이다. 그래서 국가나 개인 모두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고자 노력한다. 교육은 미래 청소년들이 살아갈 세계를 예측하고, 청소년들이 미래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미래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다.


특히, 앨빈 토플러는 기업경영 관련 미래 연구를 하면서 기업발전과 함께 가야 할 교육에 대한 연구를 상당히 했다. 그리고 교육계에서도 그의 주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에선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교육시설 등의 여건, 학생들의 지적 수준 등이 중요한 요인이며, 교육 내용은 과거지향적인 측면이 강하다. 현재 사회생활에서는 필요하지 않지만 오래 전의 지식을 탐구하기도 하고, 창의력이 중요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매우 중요하고,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현재의 교육을 부분적으로 개선해서는 교육의 미래는 없으니 교사나 교과서 등 학교교육의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래학자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 현재의 교육은 완전히 비판 대상이 된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학교교육과 전혀 다른 성인 대상의 교육을 말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초·중등학교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로 바로 전이된다.


전통적이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교사중심의 교수법을 활용하는 교사는 교실수업의 보조자로 전락하고, 심지어 학교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만다. 교과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 미래교육에서는 교과서 없이 컴퓨터로만 수업하는 것을 새로운 학습법으로 인정한다. 미래학교에서는 학생이 중시되어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이 결정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앨빈 토플러의 교육에 관한 어록엔 현재의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 그에 따른 근본적인 학교 개조의 필요성 등이 나타나 있다. 그는 한국의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께 제출한 보고서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 2001. 6. 30.>에서 제시한 한국교육의 미래에 대한 비판과 조언 내용이다.


“한국의 교육체계는 반복작업 하의 굴뚝경제 체제에 기초한 형태로 발전되고 학생들을 교육시켜 왔다. 한국의 학교는 학생들이 21세기의 24시간 유연한 작업체계보다는 사라져 가는 산업체제의 시스템에 알맞도록 짜인 어긋난 교육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이 지식기반 경제로 진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노조뿐만 아니라 교육기관들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21세기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 어느 곳에서나 혁신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길러줘야 한다. 한국 교육체계의 변화는 '교육공장'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교과과정에서부터 교육시간과 장소에 이르기까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또한 토플러는 2007년 9월 한국 기자와 홍콩에서 가진 인터뷰(https://news.joins.com/article/2890423)에서도 한국교육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쓸데없는 공부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장차 필요치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말한 한국 학생들의 헛된 공부 시수는 다른 인터뷰에서는 12시간, 15시간 등으로 자주 바뀐다. 그는 자신이 한국교육을 잘 모르지만 미국의 교육과 유사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말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플러가 언급한 15시간 헛된 암기공부론은 우리의 학교교육 비판에서 현재까지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토플러가 한국에서 공장체제의 학교를 폐지하고, 개별 학생의 관심에 맞춰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은 거의 50년 전인 1970년에 저술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의 교육에 대한 입장과 동일하다.


학교를 공장이나 감옥과 동일하게 운영되는 체제로 간주했고, 의무교육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토플러가 말한 미래 열린 학교, 필요한 공부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는 2007년 1월 24일 교육전문지 에듀토피아(Edutopia)와의 인터뷰(http://www.edutopia.org/future-school)에서 미래학교의 모델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지원하여 2006년 9월 필라델피아에서 개교한 초현대식 미래고등학교를 제시했었다.


그런데 토플러가 모델로 제시했던 필라델피아 미래학교(SOF: School of the Future)는 개교 3년 만인 2009년 학교 이사회에서 실패한 것으로 인정했다. 입학생 120명 중 48명만 졸업이 가능했고, 학생들의 실생활 위주의 학습과 프로젝트 학습법의 영향으로 필요한 교과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교과서 없이 랩톱 컴퓨터로만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이 너무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학교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부임한 교장은 학생들이 기초·기본 학력에 문제가 있는데도 학생들에게 실생활 중심의 교육만 시킨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면서, 대학입시와 취업 준비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과서도 필요한 과목에서는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그 미래학교는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어떤 지원도 관련도 없는 학교가 되었고, 현재는 공립학교로 재편되어 일반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교육의 문제점이 지적될 때 그 대안으로 미래교육, 또는 미래교육을 지향하는 혁신학교가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미래교육에 대한 유명한 학자들의 주장을 기반으로 현재 주류 교육이론을 따르는 일반학교 체제, 오랫동안 체계화된 교육방법들을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필라델피아 미래학교는 이러한 일반적인 관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여겨진다.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모든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 보장이라는 어려운 교육 책임을 역량이나 미래학력이라는 미래교육 이론을 제시하면서 회피하려는 느낌도 든다. 어떻든 미래를 대비한 자기주도 학습, 창의성 중시의 교육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지만 현재 학생들의 지식수준을 고려한 교육, 현재의 교실과 시설 여건, 현재 선생님들이 자신 있게 잘 가르칠 수 있는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이글은 민간교육연구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공교육 희망> 칼럼(2019.08.22.)에 실린 것입니다.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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