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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류제경 ∥前 고흥교육장
2019/09/10 17: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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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 여름, 미국 메사추세츠주 세일럼 마을에서 이른바 마녀재판이 벌어졌다.  패리스 목사의 딸과 조카가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해 차도를 보이지 않자 의사는 아이들이 마녀에게 붙잡혀 아픈 것이라고 진단해 온 마을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180명 이상의 사람들이 마녀와 관련된 혐의로 투옥됐으며 잡혀 온 사람들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마녀재판’을 통해 최초의 사형 집행이 이뤄진 6월 10일 부터 9월 22일까지 약 3개월 동안 14명의 여자와 5명의 남자가 처형됐다. 만일 총독 ‘윌리엄 핍스’가 마녀 법정을 강제로 해산 시키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마녀사냥(마녀재판)은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행해졌던 마녀나 마법 행위에 대한 추궁과 재판에서부터 형벌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마녀사냥은 백년전쟁이 끝난 다음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잔 다르크’도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 특이한 사실은 마법을 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 중에 절대 다수가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마녀의 망치'라는 책은 ‘마녀 지식을 집대성한 완결본’으로 간주되는데 이 책에 의하면 “여성들이 주로 마법을 사용하는데 왜냐하면 여성은 잘 속아 넘어가고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며, 여성은 정욕에 취약하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라고 서술돼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여성은 모두 잠재적인 마녀일 수밖에 없으며 남성을 유혹해서 마법이라는 죄악에 빠뜨리는 요물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여성이 산 채로 매달려 화형을 당하는 장면은 당시 남성들에게는 최고의 흥행거리였다.

마녀재판은 매우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있었다. 마녀로 인식된 혐의자에게는 사형의 형벌을 내리는데 이 법 자체가 아주 황당한 것이었다. 즉, 마녀는 그 협의를 가리는 동안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즉, 고문도구 대여료, 마녀를 고문하는 고문기술자 급여,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의 인건비, 마녀를 체포할 때 소요되는 모든 시간과 비용, 마녀로 확정될 경우 화형을 집행하는 데 소요된 모든 비용 및 관 값, 교황에게 내야 하는 마녀세 등을 마녀용의자가 모두 지불해야 했고 심지어는 마녀가 화형에 처해진 이후 ‘전재산 몰수형’까지 당해야 했다.

즉 마녀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집행관과 교황에게 급여를 지불해가면서 고통을 당하는 것이 되며 최후로는 자신을 살해한 교황과 그 일당들에게 자신의 전재산을 상속하는 꼴이 되었다. 그러기 때문에 마녀용의자들은 주로 엄청나게 부유한 과부들이었는데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없으면서도 돈은 엄청나게 많은 여자들이 마녀로 잡혀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위행위를 하다가 발각될 경우 ‘마귀와 섹스를 한다’는 혐의를 씌워 마녀로 잡아갔다.
        
마녀망치라는 책에 의하면 마녀재판을 하는 방법에는 네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눈물 시험(Traenenprobe)이 있었다. 마녀들은 사악하기 때문에 눈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혐의자가 눈물을 흘릴 수 있나 시험해보는 것이다. 눈물을 흘려서 혐의자가 죄가 없다는 것을 실증해 보여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늘 시험(Nadelprobe)이었다. 타락한 악마들은 몸에 지울 수 없는 표식을 가지고 있는데 마녀 또한 마찬가지라는 논리였다. 재판관이 그녀들의 나체를 관찰하고, 또 관찰의 용이성을 위해 몸의 털, 음모, 눈썹을 깎거나 태운다.

그리하여 사마귀, 융기, 부스럼, 기미 ,주근깨 등 마녀의 점이 나오면 형리는 그 자리를 누르거나 바늘로 찔러 감각을 느끼는지, 피가 흐르는지 시험한다. 마녀는 난교에 의해 피를 다 써버렸기 때문에 만약 피를 흘리면 마녀로 간주됐다. 세 번째는, 불시험(Feuerprobe)이었다. 재판관은 혐의자에게 그들의 무혐의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달구어진 쇠로 지지는 것을 견딜 수 있는지, 불 위로 걸을 수 있는지를 제안한다. 이 제안에 혐의자가 승낙을 하면 그는 마녀가 된다. 마녀는 이 난관을 악마의 도움을 받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물시험(Wasserprobe)이었다. 일반적으로 물은 깨끗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졌다. 형리들은 혐의자를 단단히 묶어 깊은 물에다 빠뜨린다. 물은 깨끗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녀가 들어올 경우에 물 밖으로 내쳐진다고 믿었다. 만약 혐의자가 물에서 익사한다면, 그는 혐의를 벗게 되겠지만, 물에서 떠오른다면 마녀로 간주되어 화형에 처해졌다. 마녀든 아니든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녀사냥에 대해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로 보고 있고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고 있으며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가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여기지만 근래에도 마녀사냥은 심심찮게 일어났다. 히틀러 나치의 ‘우생학’, 일본 제국의 ‘불령선인’, 미국의 ‘KKK’와 ‘매카시즘’, 소련과 아프리카 등에서 벌어진 ‘인종 학살’ 등이 근현대에 벌어진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녀’라는 이름 대신 ‘된장녀’, ‘xx녀’ 혹은 ‘빨갱이’ 등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마녀사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마녀를 만들어내는 원리, 즉 ‘마녀 프레임’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택광에 의하면, “마녀사냥은 특정 시기의 역사적 사건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해명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마녀사냥의 양상도 진화하고 있는데, 집단이 개인을 상대로 근거 없이 무차별 공격을 해서 ‘인격 살인’을 하는 경우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은 특정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용이한 장소로 사용되고 이로 인해 마녀사냥을 더 용이하게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지난 한달 동안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하여 언론이 총궐기한 ‘조국 마녀사냥(마녀재판)’이 이뤄졌다. 언론을 통해 무려 140여만 건의 조국 끌어내리기 보도가 자행되었다. 그러나 조국이라는 마녀는 꿋꿋이 버텨냈고 결국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았다. 인간의 사악성과 악랄성이 창궐한 그 재판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진실성,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태를 통해서 가슴 깊이 감동으로 느껴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진실과 정의는 한사람의 몫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양심세력들의 몫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은 정의를 지킬 수 있고, 행동하는 양심은 진실을 수호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런 조국으로 대변되는 이 땅의 진실과 정의를 우리는 끝까지 지켜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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