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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과 팔마비(八馬碑)
 허행숙∥나주공공도서관 총무팀장
2019/08/24 06: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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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정부각료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에 국회청문회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바로 임명할 수 있어 소위 각하의 의중에 따라 장관이 되고 총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정권차원에서 보면 보은인사나 측근인사에 제약이 가해진 셈이다.


말이 국회청문회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후보자는 때로 가혹한 언론의 검증절차를 받기도 한다. 일부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해 보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상자의 면면은 거의 대부분이 일류대학을 나오고 고위직이거나 저명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장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여야국회의원 모두의 지지를 받았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과거 위법이나 탈법 사례가 드러나 존경의 대상에서 저주나 심지어 비리의 백화점으로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경우도 흔하다. 온라인에서도 공방이 치열하다. 요즘 국민들은 공직자 본인은 물론 주변 가족과 친인척의 청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즉 공직자와 청렴이 점차 동의어가 되고 있다.


나는 내 고향 순천을 사랑한다. 순천에는 아름다운 청렴미담을 품고 있는 팔마비가 있다. 고려시대 순천은 승평으로 불렸다. 이곳에서 부사로 일했던 최석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비석이 바로 팔마비다. 최석은 순천부사로 부임해 개경에서 순천까지 내려온다. 당시에는 육지 이동수단이 말뿐이어 말을 타고 내려온다. 그런데 순천에는 나쁜 관행이 있었다. 바로 전별금이다. 요즘시대 예를 들면 팀장이 전출가거나 이동할 경우 팀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돈을 챙겨줬다.


다행히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행해졌다. 아무튼 당시 순천의 전별금은 바로 ‘말’이었다. 사또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말 여덟 마리를 줘야했다. 그 당시 말 한 마리의 가격이 상당한 고가였을 것이다. 부사 임기가 3년이니 순천 사람들은 3년마다 한 번씩 그 말을 마련해야 했다. 더구나 관리가 부사만 있는 게 아니어서 전별금을 마련하는 주민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최석이 임기를 마치고 떠나자 순천사람들은 말 여덟 마리를 바친다.


그는 이 말들에 짐을 싣고 개경으로 떠났다. 그런데 개경에 도착한 후 순천으로 말을 돌려보내는데 돌아온 말이 여덟 마리가 아니라 아홉 마리였다. 그가 부임할 때 타고 왔던 말이 새끼를 낳았는데 이 말은 순천의 녹을 먹을 때 생겨난 것이므로 순천의 재산이라면서 그 말까지 돌려보낸 것이다. 당시 이런 일은 전례에 없던 기념비적인 일이였다. 그래서 최석 공덕비를 세우는데 그것이 기록상 백성이 세운 최초의 공덕비인 팔마비가 됐다.


이후 최석은 대단한 인물로 평가 받으며 '우리 모두 최석을 배우자'하는 외침이 있었다. 그런데 이 팔마비로 인해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이를테면 홍길동이라는 사또가 부임을 하면 ‘우리 홍길동 사또는 하늘이 내린 분이고 청렴하고 백성을 위한다’는 내용으로 미리 공적비를 세우는 것이다. 새로 부임한 사또가 조금이라도 찔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백성들이 미리 선수를 쳤던 것이다.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


짧지 않게 걸어온 공직의 길이지만 저보다 훨씬 경력이 많으신 선배님들을 뵈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분들을 보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 길에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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