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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윤영훈∥시인·교육칼럼니스트
2019/08/09 10:0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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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발동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 제외 조치를 강행했다. 이로써 이미 통제 중인 반도체 3대 품목 외에 첨단소재와 전자 등 1120개 품목이 이달 하순부터 수출규제를 받게 됐다.


사법부 결정이라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임에도 일본은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보복을 한 것은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는 도발행위로 심히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다.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는 한국 산업의 약점을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객이 왕인데 물건 파는 사람이 너한테만은 안 팔겠다는 행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시민들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온·오프라인상에서 자발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노노재팬(닷컴)’ 포털 사이트가 등장하여, 실시간 검색어에 불매할 일본 상품의 대체상품 정보까지 알려주고 있다. 일본 여행카페가 ‘휴업’ 하는가 하면, 분노의 시위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무역협회(KITA)와 관세청이 2015년 6월에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1965년 한일수교가 이뤄진 이래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에 무역수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고 한다. 50년 동안 일본이 한국과 무역해 흑자를 낸 돈이 무려 576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무역에서 적자를 낸 배경을 보면, 국내 자동차에서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사용되는 각종 기술들은 일본 기업이 특허를 갖고 있고, 의료 분야에서도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기구들 대부분이 일제다.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공장에 사용하는 로봇과 관련 센서나 사물인터넷(IoT)용 부품도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기려면 허약한 경제 체질을 바꿔야겠으며, 미리 철저하게 대비해야겠다. 먼저 청와대와 외교부 안에 일본 관련 인적정보망이 너무 약하므로, 일본내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를 많이 길러내야 하겠다. 또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신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워야겠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은 신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 개혁을 실시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데, 우리나라는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절반 정도가 단 한 개의 기초과학 학과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서울대 컴퓨터공학 정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55명 그대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인공지능), 클라우드, VR·AR(가상·증강현실),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2022년까지 개발자 3만1833명(석·박사급 1만9180명 포함)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행히도 대기업이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국산화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들이 있다는 소식에 희망이 보인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내년 2월 정도면 전부 불산 쪽은 (국산화가)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말하고,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5년 내로는 (국산화가) 다 가능하다"라고 했다.  


대기업은 국내의 우수한 중소기업과 서로 협력해 반드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 정부도 다양하고 실리적인 외교로 일본과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협상을 계속하고 더불어 정치 논리에 지배되지 않는 장기적인 과학기술정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겠다. 국가 차원에서 미래 성장 동력에 필요한 규제를 풀고 각종 지원책과 인센티브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세계기업을 통해 글로벌 공급체인의 다변화를 유도하도록 해야겠다.


이제 민간이나 정부, 여야를 따지지 말고 국가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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