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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의 비가(悲歌) 아리랑
 나동주∥前 영광교육장
2019/06/26 12: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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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일 오후 6시 30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머리기트(Margit) 다리에서 아마추어 합창단 ‘치크세르더(Csíkszereda) 단원들은 나지막하고 서글픈 음색으로 「아리랑」을 부릅니다. 애달픈 곡조가 가슴을 후비며 영혼을 일깨우는 아리랑은 이국(異國)의 강, 다뉴브를 따라 졸지에 망자(亡者)가 된 아픈 영혼을 위로합니다. 슬픔이 강물로 넘쳐납니다.

 

계명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헝가리 출신 아르파드 토트(Árpád Tóth) 음악 감독이 기획한 아리랑 플래시몹(flash mob)은 지나가는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춘 채, 서툴지만 진솔된 마음으로 아리랑을 함께 불렀습니다. 인도(人道)를 가득 메운 인파는 곧이어 차도(車道)까지 채웠습니다. 난데없는 참사에 망연자실한 그들 모두가 아리랑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 많은 아리랑은 그날 기구한 운명의 장송곡(葬送曲)이 되었습니다.

 

2019년 5월 30일 밤 9시 5분경, 폭우가 쏟아지던 다뉴브(Danube)강에서 야경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후미(後尾)를 스위스 국적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추돌하여 단 7초 만에 침몰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 가해(加害) 크루즈선은 피해 유람선보다 5배나 더 큰 대형 선박이었으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바이킹 시긴’의 우크라이나 출신 선장은 이 엄청난 사고를 내고서도 아무런 사고 수습 조처(措處) 없이 유유히 다뉴브강을 유람했다고 하니 그의 사악함에 그저 몸서리칠 뿐입니다. ‘허블레아니호’에는 우리 국민 33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 선박의 이름인 ‘허블레아니’는 헝가리어로 ‘인어(人魚)’라는 의미로 유럽에서는 ‘폭풍의 징조’를 뜻합니다. 그리고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Sigyn)’의 뜻은  호우(豪雨) 뒤에 물이 넘치는 ‘도랑’이라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선박 이름이 주는 뉘앙스가 참으로 묘하고 불길한 여운을 남깁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다뉴브강 야경은 프랑스 파리, 체코의 프라하와 더불어 유럽 3대 야경으로 세계 관광객들의 단골 관광 코스로 유명합니다. 다뉴브강의 발원지는 독일의 바덴이며 강의 길이가 무려 2,860㎞나 되며, 10여개 나라를 거슬러 흐르다가 흑해로 이어지는 장대한 여정입니다. 영어식 발음인 ‘다뉴브’는 독일에서는 ‘도나우’, 체코에서는 ‘두나이’, 헝가리에서는 ‘두나’, 불가리아에서는 ‘두나브’등으로 불리나 그 뜻은 한결같이 ‘흐름’이라고 합니다.

 

다뉴브강과 관련하여 루마니아의 음악가 이바노비치(Ivanovich losif)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왈츠곡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십니다. 루마니아 왕국 초대 군악대 총감독을 지낸 이바노비치가 1880년 군악대를 위한 곡으로 작곡된 경쾌한 4분의 3박자의 이 왈츠곡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였던 윤심덕의 ‘사(死)의 찬미’로 편곡되면서 슬프고, 우울하고, 염세적인 곡으로 변환됩니다.

 

‘허블레아니’와 ‘시긴’이라는 두 선박의 이름이 넌지시 불길함을 예견했듯이 ‘다뉴브강의 잔물결’ 또한 ‘사의 찬미’로 편곡되면서 재앙의 경고 메시지는 이미 그 생명력이 담보되었을 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습니다. 이처럼 불행은 늘 미스터리로 존재합니다. 결국 불행 곁의 슬픔은 원하지 않아도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26명의 고귀한 생명이 이국만리 타국의 강물 속에서 유명(幽明)을 달리했습니다. 다뉴브강의 '푸른 물결'이 아니라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의 암흑의 세계처럼 흐리고, 탁한 절망의 물속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영혼이라도 찾아와야 합니다.

 

점점 사막화 되어가는 우리나라 현실 정치의 한심한 모습이 다뉴브강의 탁함을 닮았습니다. 절망 속에서 서로의 탓만 해대는 몰염치가 하나 같이 닮았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국민들이 더욱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유입니다. 다뉴브에 울려 퍼진 「아리랑」이 그랬듯, 예나 지금이나 「아리랑」의 곡조에는 깊은 늪 같은 한(恨)이 서려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한’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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