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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걸어라
 김재흥∥미력초 교장
2019/05/07 15: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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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어느 날 보성 교육청 소속 공공 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맨발 걷기 강좌가 있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는 강의 중반쯤에 입장하여 뒷자리에 앉았다. 강사는 대구교대 권택환 교수, 무대의 화면에는 아이를 천재로 만드는 일본 유치원생들의 맨땅 요법이 상영되고 있었다. 유치원생들의 마라톤 장면에 이어 6단 뜀틀을 자유자재로 뛰어 넘는 장면, 진흙탕에서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 쓴 채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놀라웠다.


일본의 학생들은 겨울철에도 실내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실내 생활을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유치원생들의 체력 훈련과 정신 교육에 할 말을 잃었다. 반면에 새싹 돌보듯 나약하게 보육되는 우리 아이들의 온실 교육과 대비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살아 갈 30년 후의 앞날을 그려보았다. 체격의 성장에 비해 갈수록 체력이 허약해지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장 나부터 실천해보자고 작정하였다.


그 다음날 모두가 귀가한 오후, 학교 운동장에 맨발로 섰다. 굵은 모래는 거칠고 메말라 발바닥을 강하게 자극하였다. 단풍잎이 운동장가에서 가을의 마지막 서정을 노래하고 있을 뿐,  마른 피부에 종기처럼 얼룩진 황토의 온기는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맨땅에 첫걸음을 딛는 일은 의외로 힘이 들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과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는 강한 통증이  뒷골까지 진동을 하였다. 발바닥은 따끔거리고 중간 중간 날카로운 돌멩이도 밟혔다.


맨발의 첫걸음을 너무 거칠고 고약한 굵은 모래땅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땅의 찬 입김이 몸의 어느 지점부터 시원함으로 연결 되었다. 상쾌한 기류가 혈류를 타고 뇌로 전달되는 낯선 기분이 느껴진 것이다. 지구라는 땅에 맨발을 내딛어 본 것이 실로 몇 년 만인가? 여름날 햇볕 내려쬐는 해수욕장의 모래를 밟는 느낌은 얼마나 좋았던가. 어린 시절 동네 논바닥에서 맨발로 뛰어놀던 아련한 기억도 재생되었다. 그 시절에 맨발은 놀이의 당연한 주체였으며 자연의 일부로 교감하는 일상이었다.


나는 30대 중반부터 산을 좋아했다. 여수에서는 구봉산, 순천에서는 봉화산, 광주에서는 무등산을, 그리고 신안에서는 암태봉을 일주일에 4-5일은 걸었다. 그러나 특별히 나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두꺼운 양말에 투박한 등산화로 무장하고 산을 올랐으니 발이 답답하다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지금까지 쏘댄 것이다. 발목 시림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고, 차디찬 손발은 악수를 거부했다.


그 날 권교수님의 강의 요지는 3가지였다. 발은 제 2의 심장으로써 빈번한 자극을 주면 혈액 순환이 개선이 되어 뇌가 좋아지게 되고 머리가 맑아져 기억력이나 암기력이 상승된다. 거기에 따라 치매도 예방된다. 둘째는 각종 전자파에 알게 모르게 노출된 현대인은 정전기가 몸 안에 축적되어 신경세포를 감소시켜, 알츠하이머, 치매, 우울증 등 각종 성인병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맨땅에 맨발을 접촉함으로써 정전기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맨발 걷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땅 속에서 채집한 박테리아를 쥐에게 주입하여 미로 속을 통과시키는 실험을 하였더니 그렇지 않은 쥐보다 미로를 통과하는 성공률이 훨씬 더 높았다고 한다. 따라서 흙속에 여러 가지의 좋은 박테리아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런 박테리아가 신체에 접촉하게 되면 아토피, 분노조절장애, ADHD 등의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등으로 요약된다.


오늘로써 나는 맨발 걷기를 시작한지 164일째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맨발 걷기를 하면서 생각도 가벼워지고 몸은 몰라보게 건강해졌다. 걷다보면 나의 일상도 숙고하게 되고, 자연 속에 하나가 되는 기쁨이 배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학생들의 30년 후의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맨발놀이부를 개설하였다. 주 1회 화요일 7교시에 학생들과 운동장에서 맨발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 운동장은 거대한 낙서판이다. 선생님들이 써 놓은 매일의 걷기 날짜와 학생들이 맨발로 걸으며 써 놓은 단어와 숫자들이 낙서를 넘어 생경한 수채화를 만든다.
  

비오는 날은 학생들이 더 좋아 한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속삭임을 들으며 빗물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즐거움, 종아리에 참방거리는 빗물의 재잘거림에 교실에서 맛보지 못한 자연의 소리를 벗 삼는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흙들의 감촉은 마루바닥에서 느끼지 못하는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의 스킨십을 우주적 담론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문학교실이기도 하다. 바지가랑이가 젖는 것을 즐기며 웅덩이를 파고 두꺼비집을 짓는 놀이를 통해, 맨발로 걷고 뛰면서 흙을 가까이 하는 동안에 우리 학생들이 튼튼한 어린이로 자랄 수 있음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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