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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쌤’이라고?
 류제경 ∥前 고흥교육장
2019/01/27 10: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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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呼稱)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이 부르는 명칭 등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누군가 부르는 말을 일괄하여 ‘호칭’이라고 한다. 우리는 호칭만 들어도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 또는 사회적 위치까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상당한 사회적 구속력을 갖는다. 예컨대 특정인을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주변 사람들은 그의 신분과 직업을 바로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그 호칭에 걸맞는 사회적 행동까지 기대하게 되므로 당사자는 그에 합당한 직업적 책무성 때문에 말과 행동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호칭은 당사자들 간의 인간적인 관계도 드러낸다. 어떤 사람을 ‘장인어른’이라고 불렀다면 우리는 그들 사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어떤 관계인지 알게 된다. 또한 호칭의 적절한 사용은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떤 젊은이가 연세 지긋한 노인을 ‘영감’이라고 불렀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수준과 질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렇듯 호칭은 그 속에 많은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호칭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호칭을 사용할 때에 전제돼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사회성과 상호성이다. 사회성이라 함은 현재 사회 일반이 용인하는 호칭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허균이 쓴 ‘홍길동전’을 보면 서자 출신 길동이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고 한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사회에서는 자식이라 할지라도 서자 출신은 아버지라고 마음대로 부르지 못했으니 이는 호칭의 사회성을 나타낸다.


과거 군주시대에는 통치자를 ‘전하’ 또는 ‘상감마마’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대통령님’이라고 부른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그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사용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상호성이라 함은 호칭이 당사자 간에 서로 용인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상대방이야 어찌되었건 내 마음대로 호칭을 사용해서도 안 되고 또 내가 자의적으로 지어서 불러서도 안 된다. 아직 젊은데 누군가가 자신을 ‘어르신’이라고 불렀다면 존칭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듣기가 매우 거북할 것이다.


또한 처녀인데 나이가 좀 들어 보인다고 ‘아줌마’라고 불렀다면 그 또한 당사자에게는 불쾌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호칭을 사용했는데 상대방이 언짢게 생각했다면 그 호칭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이것은 호칭이 갖는 상호성을 의미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조직문화 혁신방안의 하나로 직급이나 직위로 부르던 호칭을 ‘님’이나 ‘쌤’으로 통일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참으로 할 일이 없는 모양이구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육청에서 어떻게 저런 저급하고 유치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교육감도 사인을 했으니 발표했겠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이름 뒤에 ‘선생’이라는 말을 뺀 ‘님’이라는 호칭과 ‘선생님’과는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조직문화 혁신에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인가.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홍길동 교장선생님’을 ‘홍길동 님’ 또는 ‘홍길동 쌤’이라고 부르는 학교와 교실을 상상해 보라. 모르긴 해도 학교조직이 화기애애하고 조직문화가 개선되기보다는 질서도, 위계도 없는 희화화된 교단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개 우리가 ‘님’을 사용하는 경우는 상대방을 부르는 적당한 호칭이 없을 때 또는 흠모하는 사람에게 높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부를 때이다.


또한 ‘쌤’이라는 말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뜻을 전달하기 위해 축약된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문제는 정확하고,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가르쳐야할 교육기관에서 국립국어원이 표준어, 신조어, 방언 그 어느 것으로도 인정하지 않은 국적불명의 은어를 사용하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쌤’이 선생님에 대한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주장하지만 특수한 관계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그 말 속에서 존경과 공경의 마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마도 교권이 바로 서기는커녕 선생님의 호칭이 비하와 장난의 대상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을 부르는 이런 호칭까지 조직문화 혁신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통일하겠다고 나서는 교육청이 이 지구상에 또 어디에 있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을 ‘님’이나 ‘쌤’으로 부르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호칭의 사회성과 상호성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이 호칭이 ‘교권 확립’, ‘교육민주화 실현’, ‘평등사회 구현’,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던 ‘조직문화 혁신’ 그 어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님’과 ‘쌤’이 학교에서 ‘선생님’을 대신할 호칭으로는 적합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호칭은 단순히 호칭 그 하나만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님을 지적했다. 그 호칭 속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정서적, 심정적 감정이 내포되어 교류된다. 적절한 호칭에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존경 그리고 공경의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교권의 추락이 심각한 시점에서 어떻게든 흔들리는 교단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할 교육청이 호칭으로 선생님들의 사기와 자존심을 꺾는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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