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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문학제
 이광일∥ 만덕초등학교 교감
2018/12/19 14: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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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과 시세계에서 2018.한국문학을 빛낸 100인에 선정되었다고 연락이 오고부상을 보내온다. A형 독감에 걸린데다 시대적 우울까지 겹쳐 움츠리고 있는데 한국문학을 빛낸 어쩌고 하니 반가움보다는 개뿔, 늙은 내가 후원 좀 받는 일보다야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뉴스 안 들리고 광주형 일자리 같은 현안들이 시원스레 타결되는 게 훨씬 반가울 일이다.


무슨 후원인가를 받고 보니 일상으로 쓰고 보내던 글들이 멈춰서고 쓴다는 게 두려워진다. 그렇다 해도 잘 나가는 그대 위해서가 아니라 지친 나를 위해서 철지난 얘기 하나 꺼내온다. 하동 평사리 최참판 댁에서 열리는 토지문학제에 갔다.


황금색의 가을 추수가 끝나가는 들판을 건너 마을입구에 도착하니 감나무들이 지천이었다. 곶감 좌판을 펼친 아주머니가 햇빛에 말리고 있는 감말랭이를 먹어보라 권하기도 한다. 하나를 입에 넣었더니 대봉 단 맛에 바람 냄새가 베어 있다. ‘오! 이런 맛이라니?’ 늦가을 감바람을 오물거리며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한 최참판댁으로 가는 동안 가슴에다 평사리 들판을 쓸어 담았다.


소슬대문 앞에 도착하여 한 발자국 문지방을 넘어서니 오랜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마당에는 관광객들이 밤을 굽는 불판이나 윷놀이 투호 등 놀이판에 몰려 있어 박경리 문학관은 오히려 한적한 편이었다. 문학제가 열리고 있는 광장에 가니 지방 문학제로서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출품되고 상금도 많았다.


다양한 공연들이 편하게 어우러지고 있어서 광주의 문학관 현실과 비교되어 부러움이 밀물졌다. 큰 이슈가 생기면 참으로 눈부시게 시비를 하고 싸움질로 서로 편을 나누어 삿대질하느라 그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은 어마어마하게 책정된 예산조차 반납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역을 위해서도 미래를 위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는 개선하고 비전을 세워갈 일이 많다.인파에 밀리면서 부질없는 생각들을 떨쳐내고자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평사리 가을을 운율에 실어 보았다


-토지문학제-
하동 평사리
들판 위로
4차원의 비행선이 나르는데
최참판 댁
대문에서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둘러볼수록
그리도 오랜 인연
박경리 선생의
맑은 영혼에
마음이 닿았나 보다
선생께서 그토록 가슴 저리던
토지는 없는데
토담 위에는 늦가을의 햇살
선생의 음성인듯
‘자네도 때로 힘들지 않았던가?’
하지만
숨만 쉬고 있어도
아름다운 삶이기에
시큰해지는 눈시울


옛날식 장터에 가득 들어찬 각 시도의 문학인들과 어울려 악쓰듯이 소리 지르며 저녁식사를 하는데도 문학제다운 정취가 어리고 있다. ‘아!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가 하동사람 절반은 먹여 살리는구나!’ 저녁이 되자 지리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은 평사리는 급격히 온도가 내려가고 어두워 졌다. 차량에 실려 떠밀리듯 숙소에 내려와 잠을 청하고 아침이 되니 백사장 송림 사이로날이 밝아 온다. 섬진강 맑은 물에 제첩들이 속살거리고 하얀 모래가 햇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강가에 이어진 길을 걷다보니 바쁠게 없는 시간이 송림에서 노닥거리느라 천천히 지나간다.


-평사리-
평사리 들판에 고개숙인 나락이
겸손을 가르치는데
문득
모심고 벼베던
잊어버린 유년을 일깨운다
은빛으로 빛나는 섬진강
줄지어 선 송림의 기운 아래
백사장 하얀 모래 밟으니
속살거리는 제첩 형제들
머물고 싶은 아쉬움이여


돌아오는 길에 섬진강 하구의 정병욱 교수 생가에도 들렸다. 윤동주 시인이 일본 학도병으로 끌려갈 때 맡겨 두었던 19편의 시가 살아남아 우리 곁에 있게 된 역사의 현장이었다. 윤동주 시인과 친구 사이인 정병욱 소년은 일본에 학도병으로 끌려가면서 고향에 내려와 어머니께 윤동주의 원고를 맡기었다. 정병욱 소년의 어머니 박아지 여사는 아들이 맡긴 시편을 항아리에 넣어 마루 밑에 묻어 보관했다고 하는데 그 마루가 보존되고 있었다.


전쟁 말기에 일제의 광분으로 시절이 흉흉하여 젊은이의 저항시를 보관하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윤동주의 시는 이렇게 보관되어 학도병에서 살아 돌아온 정병욱에게 다시 건네졌다. 북간도 태생의 윤동주와 광양 망덕산 아래의 정병욱의 만남은 한반도를 관통하는  뜻깊은 역사적 사건이 되어 오늘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어두운마루 밑에서 살아 나오게 되는 눈물겨운 감동 실화이다. 한 참을 달려 구례에서 들른 운조루 대문 앞에는 종가 자손이라는 노파가 입장료도받고 감식초도 팔고 있었다. ‘운조루의 선행이 자손들을 먹게 살게 하고 있구나!’ 할애비가 천석꾼이네 와세다대 나왔네 하고 집안 자랑하며 사기군 다되어 사회를 어지럽히는 이들이야말로 나무손잡이가 달린 쌀뒤주 앞에서 곡기를 끊고 며칠쯤 좌선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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