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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향의 고장, 보성을 말하다
 김재흥∥미력초 교장
2018/12/03 13: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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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문화공간이 부족해서 시골에서 못살겠다는 말은 버려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전국의 어느 소도시에서나 문화 행사나 축제, 전시 공간이 한두 군데는 생겨났기 때문이다. 우리 보성군만 해도 다향축제, 빛소리축제, 벌교 꼬막축제 등 예닐곱 가지의 축제가 연중 적정 시기별로 개최 중이고 전시 행사나 공연 등은 보성과 벌교에서 거의 매주 1회 정도는 열리고 있다. 이쯤 되면 축제와 문화의 중심 고장이라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관광 명소 역시 보성의 차밭과 득량의 비봉 공룡박물관 일원, 벌교의 3대 전시관(태백산맥 문학관, 채동선 음악당, 홍암 나철선생님 기념관)을 연결해 놓으면 전국의 어느 도시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관광자원을 가진 도시이다. 보성을 3보향의 고장이라고 선뜻 자랑을 하지만, 정작 왜 의향, 예향, 다향인지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호남에서도 보성이 의향의 선두 주자인 것은 십여 명이 넘는 의병장 때문이다. 문재도 장군은 장군은 1575년 보성군 미력면 도개리 우봉마을에서 태어나 1637년 경상수군절도사로 승진할 때까지 혁혁한 무공을 세웠다. 병자호란 때는 왕을 호위하여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성을 수호한 애국 충신이다. 성을 수호하면서 남긴 79일간의 항전일기는 당시의 긴박감을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문강공 죽전 박광전 선생도 유학자로서 이퇴계 선생의 제자이며 광해군의 사부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70여세의 나이로 의병을 일으켜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올린 훌륭하신 분이다. 용산 서원이 지금 노동면에 재건되어 단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광해군 세자를 호위하던 훈련원 건공장군 전방삭 장군 역시 보성 출신으로 이순신 장군과 20여회의 전투에 참여하여 최고의 무공을 세운 이 고장의 자랑스런 의병장이다.


선거이 장군은 보선 선씨로 이순신 장군보다 벼슬이 높았으며, 바다에서는 이순신, 육지에서는 선거이 장군으로 칭할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다. 행주대첩이 흔히 권율 장군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선거이 장군이 있었기에 행주대첩이 가능했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진주성 대첩에 보성 의병장 임계영 장군은 2,000명의 의병을 이 지방에서 모집하여 1차 대승을 거두게 된다. 최경회 장군 역시 호남인으로 진주성 3장사는 김천일, 임계영, 최경회로 기록된다. 촉석루 암벽에서 일제의 적장과 강물에 수절한 의기 논개는 최경회 장군의 부인으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성리학에 능통하신 ‘은봉전서’의 저자 우산 안방준 선생, 득량의 충렬사 주인공인 최대성 장군, 머슴 출신의 담살이 의병장 안규홍 장군, 최북실, 서재필 박사, 반곡 정경달, 안중묵 장군, 홍암 나철 선생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런가하면 이순신 장군이 부인인 방태평과 사랑을 속삭인 열선루가 지금 복원 중에 있으며, 쇠슬 마을의 김구 선생 은거지 등 이 고장이 의향의 고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 하겠다.  
                     

그런가하면 예향을 대표하는 서편제는 흥선대원군의 총애를 받아서 선달(先達) 벼슬을 받고, 오수경(烏水鏡)과 금토수를 하사받은 박유전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부침새의 기교를 따라 강산제라 불리는 판소리가 자리 잡기 시작하였으니 이 고장이 득음의 고장으로 명명된 사연이다. 섬진강 서쪽의 광주·나주·보성·장흥 등에서 불린 주로 계면조의 맑고도 높으며, 아름답고도 슬픈 기운을 띤 서편제(西便制)가 그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전해질 만큼 판소리 발전에 공이 크다. 그의 강산제는 정재근, 정응민(鄭應珉), 정권진(鄭權鎭), 조상현에 의해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채동선 음악가와 나철 선생님은 본인의 수차례에 걸친 졸고, ‘별교 이야기’에서 이미 소개되었고, 양수아, 안규동 등의 서예가와 조정래, 문정희, 손광은, 정상래, 박라연 등으로 이어지는 소설 및 시인들의 면면에서 보성이 왜 3보향이며, 의, 예, 다향의 고장인지 비로소 이해가 될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각종 전시와 공연이 점차 증가하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 


엊그제 열린 제 2회 보성문화예술회관의 정기 합창단 연주회는 11월의 늦은 가을밤을 수놓은 천상의 메아리가 땅위에서 춤을 추는 시간이었다. 김철우 군수, 신경균 군의회 의장의 지원과 임태욱 단무장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의 합창은 지방의 소도시 음악 수준이 그저 그럴 것이라는 암암리의 단편적인 생각들을 일거에 날려버릴 만한 높은 수준의 선율이었다. 지휘자 홍태민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남촌’, ‘천개의 바람이 되어’, ‘마른 뼈’ 등 주옥같은 가곡들은 관객들의 함성 속에서도 은은한 여운을 남긴 채 한동안 빛의 날을 세울 정도로 찬란하고 깊었다.


문화가 없는 민족은 흥할지라도 결코 강하지 않으며, 문화가 있는 민족은 나라가 쇠할지라도 결코 약하지 않으리라는 만고의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인구 절벽의 시대에 학생수 감소로 고민이 깊어가는 보성이지만, 고장에 흐르는 3보향의 정신과 맥(脈)들이 소박한 꽃들을 피우고 있는 한, 언젠가는 호남의 중심으로서 민족의 큰 흐름을 사상과 문화의 줄기로 엮어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로 우뚝 설 고장이 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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