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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직교사의 교육 단상(斷想)
 박 관∥교육칼럼니스트
2018/11/29 09:3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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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방과 후에 학교운동장에서 포환던지기 연습을 하던 한 학생이 포환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건이 있었다. 놀란 지도교사는 다친 학생을 병원에 이송하고 아버지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사고 경위를 들은 학생 아버지는 ‘우리 아이에게도 부주의 책임이 있으니 선생님께서는 현장에 있는 아이들이나 잘 돌보십시오’하면서 병원치료비까지 모두 부담했던 요순시대 같았던 교육현장이 새삼스레 스쳐간다.


물론 그 당시에는 학생안전공제 같은 제도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사고가 나면 사고 당사자 부모나 교사가 개인적으로 해결을 해야 할 처지여서 치료비 부담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교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감동되는 대목이다.10여 년 전에 시작된 학생인권조례의 태동은 의미있는 발전이었고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지향해야 될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후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학교교정이나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나 학생들의 무례하고 상식이하의 못된 짓은 더 이상 열거하거나 거론하지 않아도 모든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일상화 되어 버렸다. 오죽 했으면 현장의 교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학생생활지도 메뉴얼'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를 했겠는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교사의 사회적 역할은 대개 3가지 정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


나는 전문직으로써 자신이 맡은 교육 분야에 전문가적인 식견을 발휘해 잘 가르치는 것이고, 하나는 노동직으로써 노동한 만큼의 보상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직(聖職)으로써 일반 직장보다는 좀  더 높은 도덕성과 사명감을 갖춘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의 교직자들은 외형상으로는 노동직으로써의 변화에 노력했지만 학생을 대하는 마음속에는 항상 성직으로써의 교사상을 저변에 깔고 생활해 왔음을 알고 있다.


요즘처럼 학생, 학부모에게 시달리며 교직생활을 해가는 선생님들이 더욱 괴로워하는 까닭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성직으로써의 마음가짐을 버려야할까 말아야할까 하는 고민이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는지?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교사들에게 성직으로써의 역할을 요구하며 바라고 있으니 부담스럽다. 한창 수업을 하는데 난데없이 대드는 학생들이며, 앞뒤 주어도 없이 막무가내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이며, 좀 너그러운(학생들 입장에서는 만만한)선생님들에게는 막말과 조롱 섞인 말까지 함부로 하는 학생들을 대해야하는 교사들의 난감함은 이제 자신만이 겪는 특수상황이 아니고 모든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대다수의 착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많이 본다는 점이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과 실랑이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원칙을 준수하고 착하게 살아가려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학생생활지도 문제는 이제 교사 개인적인 수양이나 인격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함께 인식하고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학교에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기에는 힘이 너무 약해 효과가 없을 것은 뻔한 일이기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생활지도를 엄격하게 할 수 있는 권한과 재량을 확실하게 명문화해 부여해 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경계나 의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오직 사랑의 대상으로 삼아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의 터전을 만들어 가야 하거니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할 동량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바로 세워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들이 행복해 질 수 있듯이 학교에서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이 행복해진다. 학교졸업을 하고 수 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스승과 제자들의 행복하고 존경스러운 만남이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들이 우리의 사회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증표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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