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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아택아 덜덜 택아 고지 묵을 땐 몰랐더냐"
 이기홍∥前 목포교육장
2018/05/15 16:1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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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밤, 이런 저런 일을 하다 평소에는 비워둔 시골집에서 잠을 자게 됐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견뎠지만 밤이 깊어가자 몸이 떨렸다. 전기난로를 켜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까지 한기가 들어, 아프려고 그러는가보다 생각했다. 아침에 이웃 분들에게 어젯밤 혼이 났다고 말하니 보일러를 켜지 않아 그런다고 하면서 아직은 춥다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 모내기 때 음력 오월 중순인데도 추워 턱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며 그 때 불렀던 농요를 들려줬다.


“택아택아 덜덜 택아 고지 묵을 땐 몰랐더냐”


필자의 어린 시절은 절대빈곤의 시대였다. 춘궁기나 보릿고개라는 말은 오히려 사치스럽고, 강남에서 제비가 돌아오기도 전에 대부분의 농가는 식량이 떨어졌다. 그래 많은 사람들이 고지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고지란 논 한 마지기의 품삯을 정하여 모내기부터 김매기까지의 일을 해주기로 하고 미리 받아먹는 곡식을 말한다. 요즘말로하면 선불이나 가불이다. 손으로 하는 모내기는 대부분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다. 음력 오월인데도 턱이 덜덜 떨린다. 그래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한탄하며 농부들이 넋두리를 농요로 부르며 추위를 달랜다. “택아택아 덜덜 택아 고지 묵을 땐 몰랐더냐”


전남교육계에서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번 전남교육감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가 무슨 생뚱맞은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 후보에 관한 모든 이야기, 이를 테면 후보자의 면면, 그를 돕고 있는 참모, 동정과 소문, 그리고 기사를 자세히 시간대별로 분석해보니 절대빈곤 시대의 모내기 이야기와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세 후보자의 동정사진을 통해 그들을 돕고 있는 참모들의 면면을 알아봤다. 출마 기자회견 사진, 공약발표 사진, 선거사무소 개소식 사진, 참배 사진에서 함께한 인사들의 모습과 표정을 살펴봤다. 그들이 무슨 인연으로 그 시각 그 곳에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누가 뭐래도 선거판에서는 혈연과 지연, 학연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수준을 운운하나 현실이 그러니 이를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동지애를 하나 더 넣는다면 이를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참모들의 모습은 세 후보와의 인연과 동지애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두세 명씩은 도저히 그런 인연과는 거리가 먼, 동지애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인사가 참모로 함께 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꺄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이 일어 시간대 별로 사진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생뚱맞은 그들이 사진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자신을 드러내놓고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와 같이 사진이 찍혀지는 것을 꺼려했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동창회에서 질책을 받았다기도 하고, 향우회에서 최후의 통첩을 했다고도 한다. 심지어 고지를 먹었느냐며 야유를 받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인간의 삶터는 정글처럼 얽혀있다. 풀릴듯하지만 풀리지 않고, 끊어진 듯 하지만 연결되어 있고, 굽은 것이 반듯해 보이기도하고, 반듯한 것이 굽어 보이기도 한다.


지지후보와 의기투합해 유대를 맺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세간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따가운 눈초리에 드러내놓고 지지도 맘대로 할 수 없는 전남교육감 선거 현실이 5월인데도 필자를 춥게 한다. 누가 폭풍우 언덕에서 저 광야를 향해 목 놓아 소리를 칠 수 있겠는가. 나는 결코 고지를 먹지 않았다고. 인연이 없는 그를 지지하는 것은 남모르게 받아먹은 고지 때문이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전남교육의 새날을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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