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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통] "내 이름은 이용상, 大學 1학년입니다"
 공로연수기간중 대학등록 새내기…40여년 공직생활 기자에게 들려줘 감동
2015/06/08 14: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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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jpg동강대 인문사회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용상 서기관.
내 이름은 이용상(62, 사진). 전남교육연수원 총무부장으로 재직하다 오는 6월말 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중이다. 1976년 2월, 구례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니 근 40년 넘게 공직에 몸담았다.
 
별다른 학벌이나 능력없이 긴 공직생활 동안 큰 탈 없이 서기관까지 승진해 정년을 앞두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복이 없다. 공로연수기간인 지난 3월, 동강대 노인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속에서 어떻게 학교를 다닐까 걱정했는데 30명 정원에 57년생, 59년생 등 50대 이상이 7∼8명이 함께 다녀 걱정을 덜었다.
 
공무원 생활이 인이 배겨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데 오전 10시까지 등교해야 한다. 아침 시간이 이렇게 여유있는 건 난생 처음이다. 여유 있게 등교해 4교시까지 수업을 듣다 삼촌 또는 오빠라고 부르는 동기들과 함께 학생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까지 마치면 4시 30분이다. 오는 16일부터 8개 과목의 기말고사가 예정됐지만 중간고사때 이미 한차례 경험했고 수업도 잘 듣고, 시험 준비도 잘해 자신 있다.
 
특히 복지나 보육분야는 공무원 생활중 경험한 기본 베이스가 있어 부담이 덜하다. 2년 과정을 수료하면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졸업후에는 노인문제와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상담 역할도 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 얼마전 일본 여행중에 만난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나이가 80세라고 했다. 이미 세계 최고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일본은 나름대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는데 우리나라는 대책이 없다.
 
그렇다고 생활이 곤궁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형편도 아니고 다만, 나머지 인생을 빈둥빈둥 살기는 싫어 내가 받은 혜택을 국가와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데 길도 없고 방법도 아직까지는 안보인다. 후배들도 똑같은 고민에 직면할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생활에 흠뻑 빠져 공부에 열중하다 보면 월요일·목요일 저녁이 돌아온다.
 
광주교대 평생교육원에서 한자와 한문공부를 할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수업을 듣는다. 한자는 한학을 공부하신 아버지덕에 어린시절부터 접했다. 학창시절에도 고전문학에는 자신 있었다. 한자급수 시험은 2급까지 합격했지만 1급 시험에서는 최근 고배를 마셨다. 8월에 재시험이 예정됐다. 한문 지도사까지 도전해 볼 요량이지만 한자시험은 물론 사서삼경 등 문장 해석까지 요구해 어려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특히 동강대 노인복지학과를 마치면 버스와 중장비 운전에도 도전하고 싶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공직에 근무하며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지만 할 수 없었다. 의지는 있었지만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얘들도 한참 공부할 때였고 일도 너무 많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퇴직을 앞두고 70세까지는 쉼없이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할 작심을 세웠다.
 
특별히 큰 일을 한 게 없어 후배들에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공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승진할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동쪽끝 구례에서 근무하다 6급으로 승진해 서쪽 끝 흑산도로 발령받아 펑펑 울면서 배를 탔지만 2년 후 배를 타고 나오면서는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며 한바탕 통곡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비록 흑산도까지 밀려갔지만 그때가 아니었으면 섬생활을 TV나 영화 또는 관광을 통해서나 경험했을 것이다.
 
흑산도에서 근무한 2년간의 행정실장 시절이 없었다면 공직생활에 대한 추억이 전무했을 것 같다. 그 시절, 동쪽끝에서 서쪽끝으로 전보시킨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인사담당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 드리고 싶다. 공직생활중 고향 구례에 다년간 근무하며 섬지회 봉사활동에 토대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아직도 후배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공로연수 기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문우회 선후배 회원들과 조우해 과거 그들과 함께 근무했던 시절을 회고하다 문득 퇴직을 앞둔 내가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로 기억될까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머리가 먹먹해진다.  무엇보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을미생들, 한때는 승진문제로 서로 아웅다웅했지만 6급이든, 사무관이든, 서기관이든. 부이사관이든 퇴직을 앞두고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느 곳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우리 친구들-이한근, 김재원, 이양재, 여민구, 양옥승, 김동훈 등-과 조만간 만나 허심탄회하게 술 한잔하면서 꽃처럼 아름다웠던 지난 과거를 되새김질 할 것 같다.
 
"친구들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우리는 한 때 잘 나가는 선후배들을 보면서 때론 시기하고, 질투도 했지만 결국 젊디 젊은 나이에 인생 제2막을 맞게 됐다. 이 세상 하직할때까지 함께 할 친구들에게 논어의 다음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친구·후배들아, 남은 생애 분발하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아주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아주 즐겁지 아니한가.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참 군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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